아름다운 돌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작성자: myun1 · 작성일: 2026-10-10 16:59:43
《지금은 통화중》(원제: Hanging Up)은 2000년 미국에서 제작된 가족 영화다. 다이앤 키튼이 연출하고 맥 라이언, 리사 쿠드로, 월터 매사우 등이 출연했다. 개봉 당시 코미디 영화로 홍보되는 바람에 흥행에 참패했으나,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원제는 '전화를 끊어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은 통화중》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세 딸의 역경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맥 라이언이 둘째 딸을 맡았고, 다이앤 키튼이 미디어 회사의 잘나가는 큰딸을, 리사 쿠드로가 배우인 막내딸을, 월터 매사우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 역을 맡았다. 아버지 역을 맡은 월터 매사우의 마지막 출연작이다.
장난꾸러기 아들을 키우며 이벤트 기획 부업도 하고 가정을 돌보는 둘째 딸 맥 라이언은 친정아버지 돌봄까지 맡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치매와 망상은 심해지고, 남편과 아들마저 할아버지의 치매 증상을 이해하지 못하자 결국 요양원에 모시게 된다. 아버지는 밤낮없이 전화를 걸어 딸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언니나 동생은 아버지를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시시콜콜한 개인사까지 부탁하느라 전화통에 불이 날 지경이다.
숨이 막히고 정신을 차릴 수 없던 맥 라이언은 운전 중 전화를 받다가 교통사고를 내어 막대한 피해보상까지 해줘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그럼에도 아버지 전화를 일일이 다 받고 쫓아다니며 돌봄을 멈추지 못하는 건, 어릴 적 이혼한 아버지가 자신을 보살펴주었던 아름다운 추억 때문이다. 교통사고 피해 보상은커녕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힘겨워하자, 사정을 딱하게 여긴 피해 이웃이 보상을 받지 않겠으니 이제 전화도 받지 말고 자신을 먼저 돌보라고 충고한다.
맥 라이언은 그 조언을 받아들여 모든 연락을 끊고 휴식을 취한다. 그 사이 자매들이 사과하며 빈자리를 채우자 가족에게 평화가 찾아온다. 마침내 세 딸이 모여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고, 각자의 삶을 찾아간다.
자칫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명랑하게 잘 풀어냈다. 장르를 코미디로 분류하는 바람에 흥행에 실패한 듯싶다. 미국이라는 개인주의적이고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에서 돌봄의 가치가 무엇인지, 또 이를 어떻게 성숙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돌봄은 24시간 지속되는 관계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엄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국가가 다 책임져줄 수 있다거나 비싼 보험을 들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돌봄은 전화 한 통으로 간단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쇠의 문제를 고통스럽게만 여기며 기피하거나 포기하려 한다. 돌봄은 국가와 전문가가 부분적인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개인과 가족의 의지가 없이는 어렵다. 개인의 주도적인 노력이 있어야 주변 관계망도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사람 사이의 정을 통해 행복해진다. 어떤 사회든 가족과 이웃의 돈독한 관계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굳이 '효도'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가족 간의 아름다운 추억과 친밀함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대부분 고향을 떠나 사는 현대인에게 이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관계망을 위해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